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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일기

제자리암 자궁경부암 원추절제술 병원 선택 과정

by 케이/ケー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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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차병원에서 김미선 교수님 진료를 받던 날 자궁경부 원추절제술 수술 동의서에 서명까지 했다.

마음은 거의 강남 차병원으로 기울었으나 이미 예약을 해 두었던 신촌 세브란스도 가 보기로 했다.

 

당시 필자는 자궁경부암이나 자궁경부 이형성증 CIN3 등의 키워드로

외국 사이트까지 검색을 아주 많이 한 상태였는데 그 결과 내가 의료인은 아니지만

흔히 하는 말로 대학병원 투어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하지만 한 곳만 가 보고 결정하기는 약간 서운?하고 다른 병원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었고

그 곳의 의사는 뭐라고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강남역 자궁경부암 국가검진 강남역 근처 산부인과

국가검진 자궁경부암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강남역 근처에서 찾아봤다. 나는 짝수 연도 출생자로 올해 건강검진 대상자인데 자궁경부암 검사는 따로 산부인과에 가서 받기로 정했다. 건강검진

kbdiary.tistory.com

  

 

경복궁역과 신촌역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으니 참고(각 1번 출구)

 

아침 일찍 신촌역에 도착해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이대, 신촌역 주변은 내게 그토록 익숙한 동네 건만

그날만큼은 미지의 세상에 와 있는 듯 낯설기만 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 속속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바일 문진표 작성 후 받은 큐알코드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버스에 올랐다.

 

파란 점퍼 입으신 분께 큐알코드(또는 예약 확인 문자등) 보여 드리고 탑승

 

병원까지는 약 15분 정도 걸리는데(돌아서 감, 걸어가면 8분 정도) 마스크를 착용했다고는 하나

버스 안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좀 추워도 걸어갈걸 그랬나,,, 후회했다. 

 

셔틀버스는 본관, 암병동 바로 앞에 서는데 기사님이 알려 주신다.

암병동 건물 입구에서 손 소독,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모바일로 미리 한 사람은 패스)하면

동그란 스티커를 겉옷에 붙여 준다. 일종의 출입증인 셈이다.

 

5층 부인암 센터로 가서 접수 후 진료비 선결제, 혈압을 재고 예진실 앞에서 기다렸다.

(나중에 알았는데 어플에서 이미 환자 등록을 한 사람은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에서 셀프로 결제 가능 :

근처에 계신 직원이 작동법을 도와 주신다)

 

순서에 따라 예진실로 들어갔더니 책상 앞에 예진의가 앉아 있었다.

질문을 듣고 대답을 하면 예진의가 컴퓨터로 입력하는데 질문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물론이고 한 마디로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모든 병력에 관한 대화가 오고 간다.

 

 

질문은 대략 이러한 것들이다.

자궁 경부암 진단 과정과 혼인 여부

임신 경험이 있는지 - 있었다면 지금까지 임신했던 횟수

출산 경험이 있는가 -  있다면 횟수 및 방법

유산 경험이 있는가 -  있다면 어떤 방법(자연 유산, 인공 유산)

산부인과 관련하여 수술, 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가 - 있다면 무엇

그 외 수술이나 시술,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있는가, 과거 어떠한 약을 복용 했었는가,

몸에 보형물이 있는가, 특정 음식이나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가

직계 가족의 병력 등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예진의는 물어 본거 또 물어보고,,, 좀 정신이 없는 듯 했다.

 

예진이 끝나고 예약 교수 진료실 문 앞에서 대기했다.

예약을 하고 갔는데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짜증이 나던 찰나 호명

사람들이 농담으로 '대학병원 30초 진료' 이런 말을 하길래 그게 뭔가 했더니만,,,

30초는 아니었지만 '긴 기다림 짧은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둘이서 대화를 하는데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얘기하길래

나도 굳이 상대방을 쳐다 볼 필요를 못 느껴 허공을 보며 대답했다.

 

골자는 원추 절제술을 해야한다는 것, 더 이상 뭔가를 말하기는 귀찮은 듯 보였다.

서로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이 짧게 오가고, 나가서 간호사한테 안내받아라~ 끝!!!

진료시간이 짧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세한 얘기는 쓰지 않겠다. 나는 왜 기분이 나빴을까?ㅋㅋㅋ

 

그래, 강남 차병원 김미선 교수님한테 가자!

원추 절제술이 나에게는 중요한 수술이겠지만 의사 입장에서 복잡하고 어려운 것도 아니고

시술이라고 표현할 정도인데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닐 필요가 있는가?

또 현실적으로 어느 의사가 실력이 있는지 나를 정성껏 수술 해 줄지 판단할 능력이 내게 있는가?

 

나와서 나를 복도에 세워두고 간호사가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데 내가 묻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도 못하고,

교수 만나기 전 제출한 조직 검사 결과지 사본(원본은 강남 차병원에 이미 제출) 돌려 달라고 하니까

우물쭈물하다가 등록을 해야 하므로 안 된다길래 어차피 내가 제출한 것도 사본인데 복사하고 돌려달라고 했더니

며칠 후에 찾으러 오란다. 그게 원칙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짚이는 바가 있었는데 여기에 쓰고 싶지도 않다.

환자는 자기들 편의대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하는 대상인가?

괜히 갔다는 후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책, 잘못한 것도 없이 박대를 당했다는 억울함에 신경질이 났다.

 

사실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닐 것이다.

세브란스 병원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 병원의 간호사 환자 응대 수준이 이 정도란 말인가?

하지만 나는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다른 병원에 가는 귀찮은 짓은 그만두고 

강남 차병원에서 김미선 교수님께 원추 절제술을 받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수술일까지 마음의 안정에 힘쓰기로 했다.

두둥~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집에 돌아와서 음악을 듣는데 문득 자궁 경부암에 걸린 유명인들이 떠올랐다.

내가 아는 사람은 에바 페론, 매염방, 모리 마사코(생존) 정도,,,

 

매염방의 夕陽之歌(석양지가) 노래가 있는데

원곡은 그 유명한?(일본 노래 안 듣는 사람도 '긴기라기니'는 알 것이다)

近藤 真彦(こんどう まさひこ)의 夕陽歌이다.

둘이 잠시 사귄 적이 있다고 한다.

(콘도 아저씨 25세 연하랑 바람피우다 걸렸다고 얼마 전 기사 봤는데ㅜㅜ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아~~~)

 

매염방이 생전의 마지막 콘서트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는 무대 뒤로 사라진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한 표정으로,,,

 

하여간 그날 매염방과 콘도의 노래를 번갈아 들으며 아프면 나만 서럽다는 진리? 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역시 가창력은 없어ㅋㅋㅋ 내가 더 잘 부르는 것 같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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