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1기 말) 광범위(근치) 전자궁 절제술 후 근황

4월 30일에 글을 쓴 후, 50일 만에 돌아왔다. 반갑쥬?ㅎㅎㅎ

나는 지금 압박 스타킹을 신은 채, 복대를 차고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5월 12일 예정이었던 강남차병원에서의 수술을 이틀 전에 전격 취소하고,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아산병원에서 김영탁 교수님께 6월 초에 수술을 받았다.

근치 전자궁 절제술(광범위 전자궁 절제술)로 자궁은 물론이고 그 주변 조직과 림프절까지 절제했다.

작년 10월 근처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고, 강남차병원에서 두 번의 원추절제술을 받은 끝에

실은 제자리암이 아니고 자궁경부암 1기 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광범위 전자궁 절제술을 피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수술 날을 받고 강남 차병원에서의 수술을 기다리던 중

마음이 바뀌어 취소 후 여기저기 외래 예약을 하고(아산병원 김영탁 교수님(이하 존칭 생략), 순천향 이효표,

신촌 세브란스 남은지, 일산 차 노경주, 서울대 송용상, 국립 암센터 박상윤, 서상수,,, 예약을 했다가 몇 곳은

이런저런 이유로 취소하고 나머지 병원에 자료 들고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고 그중에 몇 곳에 수술 예약을 해 놓고는

아산병원에 입원하러 출발하기 1시간 전까지도 결정을 못 하고 괴로워했다.

아,,,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ㅜㅜ

 

아산병원 김영탁 교수님으로 최종 결정을 하고 거의 30분 만에 급히 가방을 꾸렸는데,

장고(長考) 탓인지 너무 머리가 아파서 조금 늦게 입원하겠다고 병원에 전화를 한 후 소파에 누워서 쉬었다.

 

'잠시 후 이 집을 나설 텐데, 돌아올 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것이겠지?'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봤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를게 뭐가 있나, 암은 이미 수년 전에 내 몸에 생기기 시작했을 테고 그걸 최근에 알았을 뿐이야. 알기 전에도 이미 나는 암환자였을텐데 그땐 아무렇지 않았잖아?' 쉬면서 온갖 잡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동안은 그냥?? 암환자였다면 돌아올 때는 원래 몸에 있던 장기를 절제한 후인데

앞으로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입원기간 동안 필요할 것 같은 자질구레한 짐들을 쑤셔 넣은 여행가방을 끌고 집을 나섰다.

넉넉한 사이즈의 원피스 차림이 좋다고들 하던데 이 와중에 며칠 전에 이사까지 해서@.@ 집은 개판 나까무라상ㅠㅠ

눈에 보이는 니트 롱 스커트에 셔츠, 청자켓, 운동화를 신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여행 가는 기분??으로 츌바르~~~

날씨도 좋고, 바람도 적당히 불고, 낮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사람이 별로 없어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어제와 다를 바 없었고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길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누리고, 보내고 있었다.

나는 지금 일생일대의 큰 사건인 '암수술'을 받으러 가고 있는데 말이다.

'여러분, 저 지금 암수술받으러 병원 가요, 3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큰 수술이랍니다!!'

 

사람들이 그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 역시 내가 모르는 사연이 있을테지,,,

오늘 나의 일도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돌아보면 일상의 한 페이지에 불과할 것이다.

앞으로 여러 번에 걸쳐 병원(주치의) 선택의 과정과 각 병원에서 있었던 세세한 일들, 입원과 수술 후기,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기준을 취했는지 등에 관해 써 보고자 한다. 아무도 쓰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ㅋㅋㅋ

문제는 압박 스타킹을 신고 있기는 한데 혹시 부종이 올까 봐 오래 앉아 있기는 부담스러워서 얼마나 진도가 나갈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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