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1기 말 진단을 받고
아산병원에서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지
오늘로 103일이 되었다.
(집도의 김영탁 교수님 - 자궁과 그 주변 조직,
양측 골반 림프절 절제)
6월 3일에 수술을 받고 회복 중 질로 림프액이 쏟아지는
증상이 멈추지 않아 급히 아산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근처 여성병원으로 전원 해 입원,
그다음엔 다시 아산병원에서
방사선 치료 25회(강내 2회 포함)를 마치고
한 숨 돌리나 싶었더니 방사선을 조사했던 곳 아래에
포진(疱疹)이 생겨 다시 근처 여성병원 진료ㅜ.ㅜ
며칠 전 딱지가 떨어지고
피부색이 거의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책상 위 탁상 달력이
아직 6월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운동은 수년간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
예전에는 식사 조절을 해 가며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2간 이상,
주 5회 이상, 저녁 약속이 있으면
들어와서 새벽에라도 하고 자곤 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장을 좋아해서
말하자면 옷발 잘 받으려고 억지로 했었다.
운동의 즐거움이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을뿐더러
오후가 되면 일 끝나고 운동할 생각에 짜증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수년을 하다가
꾀가 나면서 일주일에 5일이 4일로 줄고,
다시 3일로 줄더니 아예 안 하니까
저녁시간이 어찌나 여유롭고 편안하던지ㅋㅋㅋ
그 후 운동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가까운 거리도 되도록 차를 타고 삼보승차
집에서는 늘 의자에 앉아 있거나 소파에 드러눕기
거기에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세월을 보내던 중
2020년 정초부터 아무 때나 아무거나 먹고,
자다 깨서도 먹고, 안 마시던 술도 조금씩 하고
한 마디로 폐인 생활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정도가 여름쯤 절정에 이르렀다.
거기에 업장 건물주 영감의 횡포로
소송 준비까지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피폐해갔다.
더 이상 무절제하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고
정신을 차리려 했을 때 이미 늦었음을 직감하고
건강 검진을 예약했다.
체중이 몇 달 동안 27kg나 늘었었는데
이게 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너무 창피해서 검진 가기 전에
굶어서 급히 몇 kg를 줄였다ㅋㅋ
2020년 10월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신체 나이 64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서초동 모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는 HPV33번 검출
2. 자궁경부암 1기 진단(강남 차병원)
3. 요실금으로 베시커어정 복용(강남 차)
4. 심한 변비로 소화기내과 진료 후 약 복용(강남 차)
5. 갑상선 기능 저하로 신지로이드 처방
(서초동 메디스캔 의원)
6. 고혈압으로 혈압약 복용 권유/거절(메디스캔)
10월 건강 검진시 145/114 였고
11월에는 166/128까지 올라감
7. 심각한 비타민 D 결핍으로 약 복용 권유(메디스캔)
/인터넷에서 구매 후 복용
8. 오십견 진단 (서초동 더 강추 정형외과)
말로만 듣던 오십견 하,,,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계속되었고
어깨를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옷을 갈아입거나 머리를 감기도 힘들었다.
어깨에 가방도 멜 수 없고, 팔을 들 수도 없었다.
통증은 손끝까지 내려와
밥 숟가락을 들면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9. 우울감으로 신경정신과 진료 심각하게 고민
10. 불행 중 다행으로 공복혈당, 위 내시경 결과는 정상
그때 병원 다니며 이런저런 검사를 할 때인데
검사복으로 갈아입을 때마다 비명이 나올 것 같아 입틀막!
검사자가 요구하는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매번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는 신세가 되었는데
대부분 이해를 해 주지만 가끔 무안할 때도 있,,,
또르륵ㅠ.ㅠ
2020년 10월 하순
강남 차병원에서 제자리암으로 진단을 받은 직후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으나
몸이 너무 무거워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헤매다가
일단 나가서 걷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으니
그 이유는
- 치마를 입고 걸었더니 허벅지 안쪽이 쓸려서
거의 살이 벗겨질 지경, 너무 따가움
- 그래서 통바지를 입었더니 허벅지 부분이
요상하게 말려 올라간다
- 요실금(절박뇨)으로 30분 이상 걷기 힘들고,
특히 길에서 실수할까 봐 불안
- 조금만 걸어도 너무 숨이 차고
이곳저곳 살이 겹쳐 불편하다
- 자세가 안 나오고 자꾸 오리처럼 뒤뚱거린다
- 운동하는 자체가 별로 즐겁지 않다
- 가지고 있는 옷 중에 맞는 외투가 없게 됨
어찌 되었건 마음을 먹었으므로
외투 중에 만만한 것을 하나 골라 단추를
옮겨달았다. 전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총 닦는 심정으로
허벅지 안쪽이 쓸리지 않도록 미끄러운 원단으로 된
고무줄 바지를 사서 입고 동네 답사를 시작했다.
1층 화장실을 외부인에게도 개방하는 건물을 알아낸 후
그 주변을 걷기로 했다. 요실금 환자의 비애
그리하여 2020년 11월 하순부터 슬슬 걷기 시작!
처음에는 하루 2000보 걷기도 힘들었다.
걸음수나 보폭에 신경 쓰지 않고
'실천한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고
아주 춥지 않으면 일단 나갔다.
걷기 운동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지루했다.
하지만, 귀찮아도! 싫어도! 피곤해도!
기어서라도 나간다는 각오로
평균 6,000 정도 걸었다.
그러던 중,
강남 차병원에서 제자리암이므로 원추절제술을 받고
추적관리를 하면 된다고 했었으나,,,
천 번째 원추 후 한참 지난 시점에 다량의 출혈이 발생
HPV33번 재검출
급히 두 번째 원추 절제술을 받았다.
결과는 이미 자궁경부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자궁과 주변 조직, 림프절 절제가 불가피하다는 것!
고민 끝에 강남 차병원에서의 수술 취소
소위 말하는 병원 투어를 좀 한 후
6월 3일 아산병원에서 김영탁 교수님 집도로
광범위 전자궁 절제술로 자궁 및 주변 조직 절제
골반 양측 림프절 절제
(난소는 전위술 없이 남김/추후 포스팅 예정)
가스 빨리 나오게 하려고
수술 다음날인 4일에 6,068보 걸었다가
5일에 몸살과 열로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ㅋㅋㅋ
8일에 퇴원
위에도 언급했지만
운동을 하면서 한 번도 즐거웠던 적이 없었는데
수술 후 몸도 부실한 상태에서
다시 그 짓을 하려고 생각하니 잠시 신경질이 났지만
지금 암 걸린 마당에 이런 거 저런 거 따질 계제인가?
'살려면 걸어야 한다' 고 마음을 고쳐먹으니
매일 저녁 나가는 게
괴롭지는 않았고
살이 빠지면서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역시 습관을 뜯어고치려면
암 정도는 걸려야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그러던 중 림프액이 새는 증상으로
근처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며칠 쉬었고
몸을 추스르고 나니
어느덧 방사선 치료를 받을 시기가 되었다.
약 5주 동안 매일 아산병원까지 가는데
하필 치료 기간이 연중 가장 더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였다.
이것도 내 복이여
왕복 5시간, 병원에서 약 30분 정도 있는다고 하면
5주간 매일 5시간 이상을 쓰게 되는 건데 음,,,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첫 번째 방사선 치료는 오후에 받았으나
담당 방사선사에게 부탁하여 오전 11시로 옮겼다.
생각 끝에 나는 방사선 치료 기간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결심,
그에 따른 몸의 변화를 주시하기로 했다.
드디어 방사선 치료 시작!
물론 걷기 운동도 거르지 않았다.
치료 받고 와서 기를 쓰고 걸었음
시간은 흘러 방사선 치료도 끝나고
이제 3개월에 한 번씩 추적 검사를 하게 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거의 매일 나가서 걷고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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